제19호 2012년 겨울 살림,살림

[ 아이살림 ]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 아이와 性을 이야기할 때

신순화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많은 부모들이 이 질문 앞에서 당황하고 허둥거리며 적절한 답을 대느라 머리를 쓴다는데, 우리 아이는 몇 살 때, 어떤 식으로 이런 질문을 할지 은근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첫아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섯 살 때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곁에서 직접 본 후에는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바로 이해해 버렸다. ‘양수’니 ‘탯줄’이니, ‘산도’ 같은 단어들을 일찌감치 깨우치며 생생한 경험을 한 큰아이는, 막내가 태어날 땐 네 살인 둘째에게 과정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집에서 아이를 낳으니 부수적으로 성교육의 효과도 있구나. 흐뭇해하며 이제 더 커서 본격적인 궁금증이 생길 그때 적당한 이야기를 해 주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 아이랑 뽀뽀하고 싶어요”

 

‘그때’는 얼떨결에 찾아왔다. 큰아이가 동갑내기 여학생과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맘에 드는 여자애가 있다며 설레어 하다가 그 여자애가 먼저 고백을 했고 관계가 급물살을 탔다. 곧 학교 전체에 알려지고 교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인정해 주니 두 아이는 매일 함께 붙어 다니며 소근거리고 챙겨주며 살뜰한 연애를 시작했다. 두 집을 오가며 놀기도 하고, 서로의 집에서 자고 오는 일도 생겼다.

큰아이 필규의 여자친구가 우리 집에서 처음 자고 가던 날, 여자친구의 남동생도 함께 왔기에 거실에 두 아이의 이부자리만 펴놓았더니 필규가 난데없이 침낭을 달라면서 여자친구 옆자리에 침낭을 깔고 눕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늦도록 셋이 킥킥거리고 장난치다가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잠이 들었다. 사촌형이 와도 엄마 옆에서 자기를 고집하던 아이가 여자친구 옆에서 잠든 것은 내겐 큰 사건이었다. 그날의 경험이 좋았던지 큰아이는 부쩍 ‘그 아이랑 같이 자고 싶다’, ‘뽀뽀해 보고 싶다’ 같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같이 자고 싶다거나 뽀뽀를 하고 싶다는 큰아이의 이야기는 물론 어른들처럼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이 전혀 아니다. 서로 좋아하니까 옆에서 자고 싶고, 입술을 맞대고 싶은 것이다.

작은 대안학교에서 두 아이의 연애는 부모들과 교사들에게 이성 관계에 대한 적절한 교육의 필요성에 눈뜨게 했다. 이제 첫아이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작할 때라는 걸 직감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그 이성의 몸에 대한 자연스런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아들에게 어른의 ‘성’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성’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생리’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 생리할 때 많이 드셔야겠어요”

 

세 아이를 키우며 사용했던 천 기저귀를 나는 천 생리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아이들 몰래 세탁하고 안 보이는 곳에 널었는데 이제 큰아이 정도면 엄마의 ‘생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동급생들이 초경을 시작할 텐데 그 전에 이해하도록 돕는 게 좋을 듯했다. 아들은 일반 학교에 다닐 때 성교육 시간에 ‘생리’에 대해서 들어봤지만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 나는 남자와 여자의 몸의 구조와 생식기가 커다란 그림으로 자세하게 나와 있는 백과사전을 펼쳐 놓고 아들과 이야기했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어떻게 다른지,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난자는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는지, 생리의 원리가 무엇인지, 아들은 관심 있게 들었다.

또 천 생리대와 공장에서 만드는 펄프 생리대를 들고 나와 아들에게 보여 주었다. 아들은 신기해하며 두 가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만져 보았다. 천 생리대를 쓰면 내 몸에서 나온 생리혈을 보고 몸속 건강도 알 수 있고 찬물에 빨면 얼룩도 잘 빠지고 말려서 또 사용할 수 있으니 환경에도 좋다고 설명해 주었다. 펄프 생리대는 만드는 과정에서 수없는 화학 공정이 들어가고 여자의 몸에도 안 좋으며 잘 썩지도 않아 환경문제도 일으킨다고 했더니 필규는 “그러면 당연히 천 생리대를 써야지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리는 결코 지저분하거나 불결한 게 아니야.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이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생명성을 확인하는 거룩하고 소중한 일이지. 이다음에 여자친구가 생리를 하게 되면 더 소중하게 보살펴주고 잘 챙겨줘.” “오케이!” 필규는 빙긋 웃으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엄마의 생리일을 달력에 표시해서 남편과 아들이 더 많이 도와주기로 약속도 했다.

며칠 뒤 내가 생리를 시작하자 필규가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생리혈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떤 색일지,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나 역시 생리 전에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러나 엄마나 언니들한테 그런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내 질문이 부끄러웠고 이상한 아이처럼 보일까봐 두려웠다. 오히려 필규처럼 마음에 품은 궁금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게 더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규를 화장실로 가만히 불러 생리혈이 묻어 있는 천 생리대를 보여 주었다.

“와,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엄마, 생리할 때는 많이 드셔야겠어요. 그래도 색이 붉으니까 엄마 몸은 건강한 거라서 다행이에요. 엄마 파이팅!”

아들은 궁금증이 해소되자 기운차게 내게 파이팅을 건네고는 사라졌다. 신선했다. 부끄럽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궁금했다가 알게 되니까 가볍게 그 주제를 놓아 버리는 것,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성’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다를 게 뭐 있을까. 아이들의 호기심엔 죄가 없다. 그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하고 미리 오해하고 염려하며 감추고 둘러대고 야단치는 어른들이 더 문제다. 괜히 감추고, 어물쩍 넘어가고, 쓸데없는 것을 물어본다고 야단을 치면서 아들에게 창피를 주었다면 아들은 질문들을 속으로 감추었을 것이다. 부모가 감추면 아이의 질문은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이는 부모 눈을 피해 저 혼자 또는 먼저 알고 있는 또래나 선배들에게 정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왜곡된 사실’만을 알게 되는 것은 위험하다. 성은 무엇보다 ‘관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궁금한 것을 부모에게 물어볼 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때 그늘지고 이상한 상상은 뿌리내리지 못한다. 아이와 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생생하게 실감했다.

 

“왜 성폭력이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일까요?”

 

생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에 청소년의 성을 다룬 《보이툰》이라는 만화책을 함께 읽었다. 실제처럼 자세하고 구체적이면서 성교와 임신, 낙태, 입양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딱 이었다. 욕망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지만 성에 대한 욕망과 결합은 생명에 대한 책임과 준비를 요구하기 때문에 반드시 신중해야 하며 아무리 사소한 접촉도 상대방의 진정한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 일방적이라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된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더불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과 성추행 등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왜 성폭력이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남자일까요?”,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필규는 이런 질문들을 내게 던진다. 서로의 생각을 묻고, 함께 신문 기사를 찾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몸에 대해 눈뜨기 시작한 열 살 아이와 성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다양한 줄기로 퍼졌다. 어떻게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지,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어떤 보살핌과 도움을 줘야 할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처음엔 어른인 내가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질문은 더 넓은 앎의 세계로, 더 깊은 통찰로 나를 이끌었다.

지금은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성장도 빠르다. 자기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몸의 변화에 맞닥뜨리게 된다. 관계와 감정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모자란데 성적인 자극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살고 있다. 그래서 어른들의 관심과 교육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먼저 듣고 제대로 알게 되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내 아이들과 그런 사이이기를 바란다. 모든 것을 다 알려줄 수는 없지만 소중하고 귀하고 중요한 것들을 올바로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아름답게 사랑하며 사는 일이야말로 아이에게 주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이기에 나는 나날이 커가는 아이들과 오늘도 기꺼이 성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신순화 님은 필규, 윤정, 이룸 세 아이와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내고 있는 엄마입니다. <한겨레> 육아 전문 사이트 ‘베이비 트리’와 개인 블로그에 행복한 출산과 육아에 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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