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삼척 핵발전소 반대투쟁

이광우

삼척은 이미 2번에 걸쳐 핵 반대투쟁이 있었던 곳이다. 1990년대 근덕(덕산)핵발전소 반대투쟁과 2004년, 2005년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반대투쟁에서는 주민들의 손으로 선출한 자치단체장이 핵시설 유치에 직접 나서지 않고 반대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견지한 가운데 해당 지역주민이 중앙정부에 대항해 싸움의 주체로 직접 나섰다. 그러나 이번 반대투쟁은 삼척시장이 핵발전소 유치에 직접 나서고 여러 이권과 연관된 지역업체, 특히 건설업을 중심으로 시청에 납품하는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핵발전소를 유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조성하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올해 3월 11일 삼척 근덕에서 열린 핵발전소 반대집회



달걀로 바위 치기를 시작한 삼척주민


한국사회에서 지방권력은 해방 이후 자유당과 박정희 독재를 거치면서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장은 토착세력과 결탁하여 권력을 형성했고, 지역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사소한 계약체결부터 공무원의 인사까지 지방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에 지역주민이 지방권력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자기희생이 필요한 저항이자 투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척주민들은 2010년 12월 4일 박홍표 신부(원주교구 도계성당)를 주축으로 덕산 원전백지화기념탑 앞에서 ‘삼척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핵반투위)’를 출범하였다. 출범 초기에는 지방권력과 중앙정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핵발전소 유치가 지역에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일방적이고 그릇되게 전달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들이 조직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지역주민들을 현혹하고 회유하는 실정에서 핵반투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선전물을 만들어서 집집마다 우편으로 보내는 것뿐이었고, 이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았다. 반면 해가 바뀌면서 상대편의 물량공세는 더욱 본격화되었다. 삼척지역 전반에 유치지지 현수막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고민 끝에 핵반투위는 유치지지 현수막에 대한 반대 현수막을 단 한 장도 달지 않고 무대응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와 함께 2011년부터는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위한 연대를 시작하였다. 쉽지 않은 설득과 협의 과정을 통해 삼척 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한다면 개인이든 단체든 간에 정치적 성향,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와도 함께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핵반투위 사무실에 들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4월 4일 1천여 명이 모인 대규모 합동미사와 촛불문화제를 기점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미사를 통해 힘이 모이고 조직되기 시작했다. 이는 수요촛불집회로 계속되었으며 마침내 8월 29일 7천400여 명이 서명하고 참여한 ‘핵 없는 삼척을 위한 강원도민선언’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올해 3월 11일 열린 근덕집회와 3월 19일 열린 평화대행진에서는 각각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핵발전소 반대를 외쳤다. 삼척주민 대부분이 핵발전소를 반대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를 할 수밖에 없던 사정


2010년 12월 14일 삼척시의회에서는 시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핵발전소 유치 동의안을 삼척시의원 8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핵반투위의 활동과 주장에 따라 김대수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시의원 전원은 주민투표에 합의한다는 서명부를 작성하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삼척주민들의 핵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주민투표 약속이행요구는 더욱 강해졌으나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를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말을 바꾸고 주민들을 기만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핵반투위에서는 삼척시에 행정정보공개를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했고, 삼척시의원 8명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서 주민투표 약속문서 존재여부와 삼척시의원들의 주민투표 합의를 위한 서명부 작성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시의원 2명으로부터 주민투표 약속문서가 존재하고 시의원 전원이 주민투표 합의를 위한 서명부를 작성하였다는 답변을 받아 기자회견을 통하여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삼척시장은 이를 뛰어 넘는 논리와 명분을 만들기 위하여 유치찬성 서명작업에 들어가 주민 찬성률이 96.9%나 되는 서명부를 조작해냈고, 이에 대응하여 핵반투위에서도 주민투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김대수 삼척시장을 주민소환하겠다고 9월부터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12월 23일 한수원에서는 삼척과 영덕을 핵발전소 예비후보지로 발표하였다. 이에 핵반투위는 12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하여 주민투표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삼척시장 주민소환을 청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핵발전소 유치를 결정하고 강행하였을 뿐 아니라 주민투표를 약속하고도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기에, 반대투쟁은 계속된다


지난 10월 31일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실패했다. 투표 당일 벌어진 불법적인 투표불참운동과 반민주적이고 폭력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들은 핵을 반대하고 삼척시장을 심판하고자 하는 삼척주민들의 양심을 탄압하였다. 투표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삼척시장과 그 측근들에게 적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반대투쟁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새롭게 시작되어 기존의 핵발전소 건설 반대와 함께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심판을 추진할 것이다. 먼저 김대수 삼척시장은 자유투표 방해행위를 삼척시민들에게 사죄하여야 한다. 주민소환투표 무산을 통해 재신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대수 시장을 보면 인면수심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연민을 느낀다. 핵발전소 유치와 관련하여 김대수 시장은 모든 것을 면죄 받은 게 절대 아니다. 주민투표를 하겠다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며,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한 삼척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결정된 삼척 핵발전소 예정구역 고시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계속해서 촛불을 들고 고시해제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삼척 핵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경제적인 이득이 생길 것이라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삼척의 미래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삼척은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리아스식 해변과 비슷한 해안선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관광자원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사람들이 동의하고 따르게 된다. 삼척의 많은 사람들은 정책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핵발전소를 반대하고 시장 주민소환에 나섰다. 삼척의 가장 가치 있는 미래자산인 해안선이 망가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기가 모자라서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논리 또한 이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핵발전 정책의 변경을 예고하고 있고, 심지어 몇몇 국가들은 법으로 탈핵의 기준연도까지 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당사국인 일본도 올해 9월 14일, 2030년대에 ‘원전제로’를 선언하였다.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지, 적게 드는지에 대한 논의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이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답이다.




↘ 이광우 님은 현재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기획홍보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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