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⑧ 체험기 : 자급자족을 향한 우리 집 난방법 ]

보온물통과 창문 이중 단열의 힘

박명선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파주의 작은 마을이다. 파주는 서울보다 겨울이 일찍 시작하고 봄은 더 늦게 온다. 8년간의 영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파주에 정착한 당시, 이곳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었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겨울의 추위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에너지를 아끼고 자급하는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실내온도는 18℃ 내외, 잠잘 때는 보온물통 사용


먼저 기름보일러 대신 펠릿보일러를 설치하였다. 펠릿이란 버려지는 나무를 이용하여 작은 알갱이로 압축해 만든 연료이다. 경제적인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절감과 산성비 감소 효과로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어 독일 등 유럽에서는 펠릿을 이용한 지역난방이 비교적 일찍부터 진행되어 왔다.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철 집안 온도를 18℃ 정도로 해놓고 좀 춥게 사는 편이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따뜻하게 사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실내온도를 대략 18~20℃로 해놓고 생활하며, 보온이 잘되는 내복을 기본으로 입는다. 잠잘 때는 보온물통으로 배를 따뜻하게 하는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침까지 온기가 남아 있다. 나는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서 잠잘 때 보온물통을 거의 매일 배에 올리고 자는 편이다. 몇 년간 꾸준히 했더니 따뜻한 것은 물론, 장에 가스가 차던 것이 많이 나아졌고 소화기능도 좋아졌다.
요즘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온풍기가 나의 관심사로, 일단 그림 작업실에 실험적으로 설치해 볼 예정이다. 난방효과에 비하면 비용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적게 드는데 나무상자와 검정페인트, 연통관 외 몇 가지 재료들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열효율이 좋고 기존의 난로보다 연료가 덜 드는, 옛날 우리 구들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난로도 실험해보려 한다. 아직은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공부해서 난방을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꿈꿔본다.




뜨거운 물을 부어 사용하는 보온물통. 아침까지 온기가 남아 있다.



투명 필름과 에어캡으로 창문 단열


우리 집은 뒤쪽에 나지막한 산이, 앞에는 들판이 있다. 여름에는 들판에서 불어보는 바람이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그 바람이 문제였다. 거실 창에서 바라보는 곡릉천 들판은 시야가 툭 트여 있고 운치가 있어 풍경도 살리고 보온도 되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거실 창에 보온용 투명 필름을 1차로 붙인 후, 10cm 정도의 공기층을 두고 다시 투명 필름을 2중으로 붙였다. 랩같이 투명하여 바깥풍경을 보는 데 지장이 없으면서 중간의 공기층 덕분에 보온성도 뛰어나고, 모두 양면테이프를 사용하여 깔끔하다. 나머지 안방 창과 중간 크기의 창들에는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전체 창문틀에 붙여주었다. 모양도 예쁘면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창문 단열을 할 때에는 전체 창문 중 집안 공기를 환기시킬 작은 창문의 반쪽은 남겨두면 좋다.




투명필름과 에어캡으로 꼼꼼하게 단열한 창문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급하는 삶을 향하여


난방에 대해 고민하면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전반을 절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기는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낮은 에너지이다. 거기에 핵발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최대한으로 안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실생활에서 편리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양에 비하면 소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한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가 어떻게 사느냐보다 나 스스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적어도 나 하나라도 사는 동안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급하는 삶에 의미를 두어 대기전력을 아끼고 생활의 작은 불편을 습관으로 바꾸고자 한다.
나는 차단버튼이 있는 연결선으로 대기전력을 최대한 줄이고, 전기밥솥은 사용하지 않는다. 전기밥솥은 내솥에 코팅되어 있는 제품이 많은데 코팅이 고열에 안전한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전기가 너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또한 현미로 밥을 할 때 좋은 밥맛을 내려면 시간도 많이 든다. 딸랑이 압력밥솥에 밥을 하면 일단 시간이 절약되고 그만큼 전기에너지가 절약된다. 밥을 한 후 뜨거운 상태(김을 빼자마자 바로 퍼야 한다)로 스테인리스 보온 도시락이나 밥그릇이 2개 있는 보온 죽통에 넣어두고 먹으면 외출할 때도 식구들이 편리하게 하나씩 꺼내어 먹을 수 있고, 수분을 잃지 않아 밥맛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집에서는 밥 먹기 30분쯤 전 난로 위에 밥과 찌개를 올려 두었다가 따뜻하게 먹는다.
우리 집의 가구나 소품은 대부분 남들이 쓰다 버린 것을 재활용했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나무가 주재료이다. 별로 꾸민 것 없는 소박한 집에 필요한 게 생기면 시간이 걸려도 웬만하면 직접 만들어 쓴다. 솜씨는 전문가를 따를 수 없지만 서투른 대로 개성은 있다. 도자기 등 다른 종류의 물건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물물교환을 하기도 한다. 옷은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사고 나머지는 ‘아름다운가게’나 구제를 활용하는데, 브랜드보다는 디자인과 색을 매치한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다. 비싼 옷을 많이 사 입을수록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셈이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소비를 줄여 물건을 덜 만드는 것이 미래를 위한 작은 일이 되지 않을까?
소비지향적인 삶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자급의 삶으로 가능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날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져 아이들이 아토피와 같이 예전에 없던 질병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생활 속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고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나로 인한 환경피해를 줄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박명선 님은 한살림고양파주 조합원으로, 경기도 파주에 살면서 지구에 흔적을 지우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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