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③ 에너지 효율 높인 각종 난로 ]

공간난방 바닥난방 한 번에!

함승호

“살다 보면 기름값이 내려가는 날이 올까요?” 요즘 부쩍 잦아진 난방 관련 워크숍에서 하는 첫마디다. 예전에는 에너지나 난방 효율에 관한 고민 없이 건축한 집이 많았고, 그 결과 난방비가 과도하게 나왔다. 최근에는 국제 원유가가 우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승해, 가정 경제에서 난방비가 큰 지출을 차지하게 되었다.

적은 나무로 충분히 따뜻해진다면?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농촌생활지표 조사보고서에는 농촌에 기름보일러 사용 가구가 전체의 55.2%라고 나온다. 2004년 74%에 이르렀던 기름보일러 사용이 무려 19%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난방은 2004년 0.8%에서 21.6%로 대폭 증가했다. 기름값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기난방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닐까?

화목난방 사용도 늘고 있다. 어느 귀농 선배 이야기인데, 처음 귀농했을 때 마을에서 유일하게 화목보일러를 사용했단다. 당시에는 동네 가까운 산에서 땔감을 얼마든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름값이 점점 오르고, 화목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여름 태풍 볼라벤으로 나무가 많이 넘어졌다. 겨울에 할 수고를 덜고자 미리 땔감을 하려고 산에 갔는데 누군가 이미 전기톱으로 여러 나무를 일부 도막을 내놓았단다. 전기톱으로 화목감을 ‘찜’해 놓은 것이다. 할 수 없이 선배도 전기톱을 가지고 산에 가야 했다. 화목난방에는 나무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적은 나무로도 충분히 따뜻해진다면, 즉 효율이 높은 난방을 한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을 것이다.


열효율과 열이용률이 핵심

이렇듯 난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열효율과 열이용률을 빼놓기 어렵다. 같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만족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열효율이란 공급된 열량에 비해서 발생한 열의 비율을 말한다. 손수레 하나 가득 나무를 집어넣으면 겨우 하루를 버티던 아궁이는 결국 기름보일러에 밀렸다. 열효율이 문제였다. 거침없이 화목을 잡아먹으면서 실내보다 하늘만 데우던 화목난로가 결국 고물로 팔리는 것도 똑같다.

흔히 시중에서 접하는 화목난로 열효율은 35~40%에 채 이르지 못한다. 쉽게 말해 화목의 전체 열량 중에서 난방에 사용되는 열은 고작 그만큼이고, 60% 이상의 열량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셈이다. 그렇게 공중으로 빠져나가는 열기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 5m짜리 열교환기를 지나게 해서 난방하는 것과 10m짜리 열교환기를 지나게 해 사용하는 열의 총량은 분명히 다르다. 열교환기 길이에 차이를 두어 열이용률과 열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 또 효율을 높이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우선 축열식 벽난로가 있다. 흔히 난로를 대류식과 축열식으로 나눈다. 대류식은 공기를 덥히는 것이고, 축열식은 대류식 난로 주위에 벽돌 등을 쌓아 일정 시간 열을 저장해 오래 따뜻하도록 한 것이다. 축열식 벽난로에 집중하는 이유는 열효율이 80%가 넘고, 우리 전통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되고 발전한 난방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난방 개념을 넘어 조리, 급탕과 온수를 모두 해결해주는 복합적인 난방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에서 나무를 때는 축열식 벽난로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열효율이 높은 화목난로가 화석에너지 고갈시대에 대안 난방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축열식 벽난로라는 외국의 난방 문화를 연구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열정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벽난로연구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800°C 고온 유지해야 가스 완전 연소

열효율이 높은 축열식 벽난로 구조를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화목을 활용한 난방 시스템에서 개선점을 발견하게 된다. 축열식 벽난로의 핵심은 완전연소를 유도하는 연소실 구조에 있다. 화목 연료를 완전연소한다는 것은 연소 과정에서 나무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열량을 끌어낸다는 뜻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연소 과정을 들여다보자. 불이 붙는다는 것은 나무 자체를 이루고 있는 고형물들이 연소하면서 가스가 되고, 그 가스에 불이 붙어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발생되는 가스들은 각기 연소점이 다르다. 화목 연료에서 발생되는 가스가 완전연소하려면 800°C의 고온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1200°C가 넘는 초고온 스트레스를 견디는 내화벽돌을 써야 한다. 공기가 많이 투입되면 연소실을 냉각시키기 때문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공기를 조절하여 투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필요한 공기가 적절한 위치에서 재점화되고 재폭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들이 있다. 연소실 상층부에서 결핍된 공기를 보충해 줌으로써 2차 연소를 유도하는 2차공기주입장치나 필라멘트 효과로 재폭발을 유도하는 불목의 구조가 그런 장치들이다. 고온의 환경을 만들고 완전연소를 촉진시키는 구조적인 장치들이다.

이렇게 고온 환경에서 발생시킨 열이 최종 연통을 빠져 나가기 전까지 최대한 축열체에 저장해, 열이용률을 높이기 때문에 축열식이라고 부른다. 축열식 벽난로의 핵심은 완전연소를 통해 연료의 효율을 최대화하며 그것을 축열해, 오래도록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열이용률을 높인 것이다.


벽난로 구조 접목한 구들 제작

지난 10월 벽난로연구회는 풍산면사무소 옛터에 축열식 벽난로를 만들었다. 올 겨울 따스하게 지낼 수 있겠다.

축열식 벽난로의 연소실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적정기술공방 벽난로연구회가 지난 5월 강화도와 10월 장흥에서 벽난로의 연소실을 접목한 구들을 만들었다. 함실과 구들의 구조를 재해석해 전통 아궁이에 고온 연소 환경을 적용하고, 높은 온도의 공기가 위쪽에 고이는 종탑형 벽난로 열기 챔버를 구들에 적용했다. 열기를 방바닥에 충분히 저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열이 빠져나가는 열기지연기법을 구들에 적용해 기존보다 연료를 50% 이상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또한 전통구들은 과거에 제한된 자재만을 활용하여 만들다 보니 단열이나 방습, 아궁이의 기밀과 같이 열효율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적절한 대책이 없었다. 요즘은 비닐처럼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자재로 구들 하부 전체와 시근담을 방습하고, 미세한 기공이 많고 단열효과가 뛰어난 펄라이트로 단열을 한다. 동시에 제한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화구문을 장착해 열효율을 대폭 높인 개량형 아궁이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나무 먹는 하마, 깡통난로도 개량

난로에도 열효율과 열이용률이 중요하다. 난로는 가볍고 설치하고 사용하기가 쉽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난로 시장에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나무 잡아먹는 하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덩치는 작아도 화목 소모량은 결코 무시할 수 없어 이른바 깡통난로라고 불렸다.

화목난로에도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식이 있지만, 모두 연소이론이라는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축열식 벽난로에서처럼 완전연소를 유도하고 축열하는 구조와 열기지연배출장치가 필요하다.
연소점을 집중시키고 연소실 온도를 고온으로 유지하는 설계, 완전연소에 필요한 화실의 높이를 보장하는 설계, 재연소를 유도할 2차공기의 주입, 그리고 발생한 열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법 등이 열효율을 높인다. 최근에 난방기기에서 열효율과 열이용률이 중시되는 것은 난방비가 높아져서도 있지만 다른 계기들도 있었다.

2011년 봄에 열린 ‘난방과 화목난로에 관한 워크숍’이 첫 번째 시발점이었다.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가 전국 귀농운동본부와 함께 충북 음성에서 개최한 행사였다. 미니 우드가스스토브, LPG가스통을 재활용한 거꾸로 타는 화목난로 그리고 공간난방에 구들침대를 적용한 로켓매스히터가 인기였다. 그 원리를 적용해 많은 사람들이 열효율을 높인 난방기를 각양각색의 형태와 모양으로 만들고 있다.

또 하나의 계기는 ‘나는 난로다’ 콘테스트였다.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가 담양 창평 슬로우시티와 함께 개최한 국내 최초의 화목난로 경진장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화목난로 제작자들은 불의 원리와 연소이론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적용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소비자들은 여러 난로들을 한곳에서 비교해 보고, 효율 높은 난방기기를 고르는 안목을 높이게 되었다. 앞으로도 난방기기의 열효율을 시험하고 연구하는 장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 함승호 님은 생태건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적정기술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벽난로연구회 회장으로 열효율이 좋은 난방기구를 보급하러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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