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② 열역학으로 본 전기난방 ]

따뜻한 전기의 차가운 진실

한화택

전기난방에 필요한 1kW의 전기를 공급하려면 발전소에서 그의 세 배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태워 3kW의 열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지 않은 나머지 2kW의 열에너지는 그대로 배출되어 지구온난화를 불러온다.



열에너지의 2/3는 전기가 되면서 버려진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조리와 난방에 이용하여 왔다. 또한 가축이나 물레방아로부터 얻은 ‘일’에너지는 이동이나 작업을 위한 동력원으로 이용하였다. 서로 다른 방면에서 활용해온 열(heat)과 일(work)이 동일한 에너지의 다른 형태임을 깨닫게 된 것은 19세기 들어와 열역학이 정립된 이후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의 총합은 보존되며, 제2법칙에 의하면 일은 열로 모두 바뀔 수 있지만 열은 모두 일로 바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손을 비벼 마찰을 시키면 쉽게 열이 나지만, 거꾸로 열로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제임스 와트(1736~1819)가 스팀엔진을 발명한 덕분에 열을 이용한 기계적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스팀이 팽창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열로부터 어렵게 일을 만들어 내어 살아있는 가축이 아닌 기계를 동력으로 이용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열역학 이론에 따르면 연소시킨 열 중에서 대략 2/3는 버려지고 기껏해야 1/3 정도만 일에너지로 바뀐다. 즉, 일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보다 세 배 정도 많은 열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는 고급에너지와 저급에너지로 나눌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은 열보다 세 배 정도 귀한 고급에너지이다. 일은 발전기를 통해서 전기를 만들어내며, 전기는 모터를 통해 다시 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전기에너지는 일에너지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고급에너지이다. 전기를 이용하여 우리는 생활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형태의 에너지를 만들어 쓴다. 조명이나 텔레비전으로 빛에너지를 만들고, 오디오로 소리에너지를 만든다. 효율이 높은 전구는 빛에너지를 많이 만들어 내지만, 효율이 낮은 전구는 빛은 약한 반면 열이 많이 발생하여 뜨거워진다. 모터도 마찬가지다. 효율이 낮을수록 출력은 적은 대신 발열이 크다. 열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효율이 좋은 셈이다.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되지 못한 나머지는 모두 열로 소실된다.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되더라도 활용된 후에는 결국 모두 열로 변환되어 버려진다. 열은 실상 모든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귀결되는 에너지의 무덤이다.






값싼 전기요금에 가려진 핵발전의 위험


난방과 같은 저온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고급에너지인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열역학적으로 낭비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요즘, 마트에 가면 전기히터나 전기장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기 이외의 석유난로나 가스히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누진요금제가 적용되는 가정집에서조차 전열기구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사무실이나 업소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몇 년 전부터 전력피크가 여름철이 아니라 겨울철에 발생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농가에서도 전기난방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비닐하우스뿐만 아니라 계사나 축사 등 축산시설에도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고급에너지인 전기를 이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같은 열량을 내는데 전기가 심지어 면세유보다도 싸다니 할 말이 없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깨끗하고 편리하기까지 하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진국에서 전기난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단열된 건물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전기에 관한 한 천국이다. 품질도 우수하고 요금도 저렴하다. OECD 평균원가의 55%이고 EU의 42% 수준이다. 핵발전소 덕분이다. 현재 계산법에 의하면 핵발전소의 kWh당 전력 생산원가는 40원 이하이다. 다른 1차 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싸다. 게다가 화석연료를 태울 때처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핵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사고 위험에 대비한 손실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상업용 핵발전소는 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 지구상에 500여 기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국제원자력 사고 등급상 최악인 레벨 7의 초대형 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과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두 건밖에 없었으니 사고발생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사고발생 확률은 낮더라도 2천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손실금액을 감안한다면 전력 생산원가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 자명하다. 요즘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불안하다. 영광 원전 5, 6호기의 부품 납품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졌고, 3호기마저도 예방정비 중 결함이 발견되었다. 겨울철을 앞두고 늘어나는 전력수급을 맞추기 위해 핵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하여 행여나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기 중심의 에너지 소비구조 바꿔야


돌이켜 보건대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나무장작으로 난방을 했다. 연탄이 보급되면서 산에서 땔감을 해오는 수고를 덜었고, 산림이 황폐화되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연탄은 궁핍한 시절 주요 에너지원으로 국민과 함께 애환을 나누어왔다.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새벽녘에 아궁이를 찾아다니며 연탄을 가는 일은 중요한 일과였다. 하지만 탄광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석탄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연탄 사용이 줄고 기름의 사용이 점차 많아졌다. 특히 1966년 연탄파동 이후 석탄에서 기름으로 기본적인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었다. 그러나 석유시대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1970년대 세계적인 1,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들은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저유전을 탐사하면서 산유국의 꿈을 키웠지만 모두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상대적으로 환경오염이 적고 편리한 도시가스가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에는 수도관과 하수관에 이어 가스관이 깔렸고, 그만큼 생활은 편리해졌다.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 가정에서는 연탄아궁이와 기름보일러 대신 연료가 떨어질 걱정 없이 스위치만 누르면 돌아가는 도시가스 보일러를 이용한다. 여기에 보조난방수단으로 사용하는 전열기구는 가스보일러 이상으로 편리한데다가 연소가스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열기구의 편리함과 깨끗함에 익숙해진 이상, 이제 와서 이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연탄보일러나 석유히터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원별로 사용량 비율이 적절히 배분되어야 한다. 고급에너지인 전기는 산업과 수송 부문 등 꼭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쓰여야 하고, 난방 등 기타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전기보다는 화석연료인 유류나 가스를 직접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역학적 측면에서 에너지 자원별 가격구조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오래 전부터 기름에 대해서는 귀하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과도할 정도의 유류세를 붙인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 반면 전기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요금을 낮게 책정하면 당장은 환영받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에너지 시스템 효율화 노력을 약화시켜 미래 에너지 산업발전을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에너지 업체들이 자생하지 못하고 국가 지원금에만 의존하다가 사그라지는 이유이다.



↘ 한화택 님은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로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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