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7호 2009년 겨울 살림,살림

[ 집살림 ]

새들도 벌레들도 제 살 집을 스스로 짓건만_'건축가 없는 건축'의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

글 김성원

 

건축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건축 전문가들은 늘 ‘건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생활의 기본요소인 ‘의, 식, 주’ 가운데 포함된 건축은 궁전이나 거대 빌딩을 짓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 살 집을 짓는 생활건축은 애초부터 예술작품도 고급기술도 아니었습니다.


《건축가 없는 건축》의 저자인 버나드 루도프스키는 ‘인류 역사상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집은 단 5%를 넘지 않았고 대부분 지역의 동네 장인이나 집에 들어가 살 사람이 직접 지었다’고 말합니다. 현대 도시건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파트는 거의 완벽하게 전산설계(CAD)로 이뤄집니다. 현대건축 기술은 토착건축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건축가 없는 건축’의 시대를 만들어냅니다. 현대건축은 건축과정에서 집에 들어갈 사람을 소외시켜 버립니다. 그러나 대부분 제손으로 짓거나 공동체와 함께 더불어 지은 토착 건축은 ‘판에 박은 듯한 상업적인 건축의 포장된 세련미’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집을 지은 보통 사람의 개성과 솜씨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손수 집을 짓는 이들은 저도 모르게 상업화, 물질화되는 건축에 인간의 손길이 계속 남게 합니다. 여러분 ‘건축가 없는 건축의 시대’ 자신이 살 집을 짓기 위해 건축을 배워보시지 않으렵니까.

 

인터넷에서 생활건축가들을 만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은 집은 ‘짓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어떻게 지을까에 대한 생각은 어떤 지역에 얼마짜리 집 또는 아파트를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완벽하게 대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도시를 떠나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준비하려는 순간 그들 속에 숨겨 있던 건축본능이 되살아납니다. 수십만 년 동안 집을 지어왔던 인류가 우리의 유전자 속에 깊숙이 새겨놓은 건축감각들이  아우성치며 살아납니다. 그 아우성만 믿고 집을 짓기에는 아직 자신감이 부족한 이들이 인터넷에서 만나고 건축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함께 모여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인터넷은 대중들을 위한 열려있는 건축학교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흙부대건축네트워크(cafe.naver.com/earthbaghouse)는 흙부대로 집을 짓고 있는 현장이나 사례, 건축방법을 사진과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은 공유되어야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정신에 입각해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자료를 보는 데도 제한이 없습니다. 카페가 개설된 지 1년 정도지만 회원이 3천 명을 넘었고 이 카페에 올린 정보를 보고 집주인이 직접 흙부대집을 지은 현장들도 40여 곳이 넘습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지역방을 통해 서로 만나 건축을 학습할 수 있는 강좌를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마음에 맞는 이들끼리 품앗이를 하면서 집을 짓고 있습니다. 이 카페는 독자적인 건축 워크숍은 개설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전국귀농운동본부(www.refarm.org)와 함께 귀농자들을 위한 생태건축 워크숍이나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cafe.naver.com/strawbalehouse)는 회원이 2만6천 여 명이나 되는 가장 큰 생태건축 인터넷 카페입니다. 이곳은 압축 볏짚단과 짚버무리를 이용한 건축방법과 관련된 자료와 수 많은 현장 사진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카페에서 팻독피쉬란 대화명으로 다양한 생태건축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카페는 정기적으로 생태건축 워크숍을 독자적으로 개설하고 있습니다. 건축워크숍을 거친 동기생들은 서로 자재나 공구를 공동구매하거나 품앗이를 하며 집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협동조합을 꿈꾸는 커뮤니티 부산경상공방


 부산경상공방은 한국스트로베일건축연구회 카페의 부산경상지역 회원들이 올해 초에 자발적으로 만든 건축공방입니다. 공방을 만드는데 공동 출자한 회원이 5명이고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 30여 명입니다. 벌써 회원의 집 두 채를 회원들이 함께 볏짚단과 흙을 이용해서 지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건축 시공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건축을 주도해갑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품삯을 받거나 건축비를 받습니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회원들은 일손이 많이 가는 볏짚단 쌓기와 흙미장을 도우며 경험을 쌓습니다. 부산경상공방이 집을 지으면 교육과 더불어 품앗이 현장이 됩니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성수 씨는 전직 교사입니다. 그는 부산경상공방의 현장은 서로가 신뢰하며 일을 맡기고 일을 하기 때문에 ‘즐겁고 재미난 집짓기’가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건축주인 회원이나 일하고 품삯을 받은 회원이 조금씩 기금을 모아 독거노인이나 가난한 가정의 집짓기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시공이 없을 때는 부산경상공방은 건축전문가들과 함께 건축과 목공에 대한 회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터넷과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건축활동은 생태건축 카페들을 중심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박성수 씨는 건축협동조합을 꿈꾸고 있습니다. 건축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건축주와 시공자, 전문가와 초보자가 공동 출자자이자 회원이어서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더불어 집을 짓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일종의 생활협동조합입니다. 


 

돈 없이 또는 적은 돈으로 건축을 배울 수 있는 곳들


 앞서 소개한 두 카페 외에 흙과 짚을 반죽해서 집을 짓는 거섶흙집(Cob house)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생태건축 카페(cafe.naver.com/cobhouse)도 제한없이 건축 방법과 사례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흙건축 공법들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모아놓은 흙사랑 카페(cafe.naver.com/earthist)도 정보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서민적인 담틀건축을 지향하는 김석균 선생의 흙건축연구소 ‘살림(cafe.naver.com/earthist21)’은 전문 건축공방이지만 담틀 건축 방법과 현장 시공과정을 공개하고 있고  때때로 생태건축 워크숍을 열고 있습니다. 흙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목포대 건축학과와 생태건축가들이 함께 흙건축 대중화를 위해 설립한 (사)한국흙건축연구회(www.earth.or.kr 또는 cafe.naver.com/eartharchitecture)에선 전 세계 흙건축 동향과 함께 흙 물성 등 재료적 측면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매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흙건축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재활용건축 카페(cafe.naver.com/therecycledhouse)는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집 짓기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열린공간입니다. 

 


 3개월 이상 보다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비교적 수강료가 적거나 무료인 건축학교 몇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사랑의 집짓기를 하고 있는 해비타트목조건축학교(cafe.daum.net/builder)에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량목구조 건축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화천한옥학교(www.hanokschool.co.kr)는 화천군이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기간 중 식비와 입학비만을 내면 전문적인 한옥건축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암한옥건축학교(061-462-2007)는 국비•도비•군비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강생은 교육비 부담이 전혀 없습니다.   

 


글을 쓴 김성원 님은 2007년 3월 전남 장흥으로 귀농, 국내 최초로 흙부대집을 지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네이버 카페 ‘흙부대건축네트워크’를 운영하며 흙부대 건축 경험과 국내외 사례들을 모아《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을 썼고, 귀농운동본부와 함께 귀농자들을 위한 생태건축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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