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7호 2009년 겨울 살림,살림

[ 제철살림 ]

시원하고 깊은 맛, 전라도 김치 제대로 담그기

글 이승진, 사진 류관희

 

전라도 여수가 고향인 강미숙(50세) 씨. 그의 김치를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어떻게 담근 것이냐”, “김치가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등 찬사를 연발하며 요리비법을 묻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방법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그런지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살림이야기에 비법을 공개하기 전까지, 김치를 담그면서 재료의 양을 정확히 헤아려보지 않았던 터라 요리법을 정리해 알려주는 과정은 신중하기 그지없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 씨의 친구는 “나 같으면 절대 공개 안한다. 아까워서 어떻게 공개하느냐”며 웃는다. 음식 솜씨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친구이지만(요리사 자격증만 세 개인), 강 씨의 김치에 대해서는 “흉내를 못 내겠다, 진짜 맛이 깊다”고 말한다.

 


강 씨의 김치는 음식 맛 좋기로 소문난 친정 고모에게 전수받은 방법으로 담근다. 음식의 맛을 잇는 일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시골에서 한번 먹어본 어느 할머니의 막장 맛을 배우기 위해 그 어른을 세 차례나 찾아 비법을 전수받았을 정도이다. 지금은 그분이 돌아가셨으니, 그 장맛을 배워놓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오랜 세월 전해져 온 맛의 대가 끊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강 씨의 김치는 갓 담갔을 때보다 완전히 숙성되었을 때 제 맛을 내는데, 담근 지 두 달 후부터 제대로 맛을 내기 시작해서 다음해 김장철이 돌아오면 그때 가장 깊은 맛을 낸다. 요리법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가 제일 마음에 걸린다는 강미숙 씨. 그러나 한번 해보면, 말로 듣거나 요리법을 읽는 것만큼 어렵거나, 손이 특별히 더 가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1년 내내 두고 먹는 김치, 맛있게 담그면 한 해 밥상 차리기가 훨씬 수월한 제대로 맛있는 전라도 김치의 비법을 지금 공개한다.   

 


배추김치 (5포기 기준)

 

재료 | 배추 5포기, 무 2개, 쪽파 1/2단, 갓 1/2단, 대파 약간, 굵은소금 적당량(절임배추를 살 경우 필요 없음), 고춧가루 500g, 멸치액젓 300ml, 갈치속젓, 황석어젓 끓여서 밭친 것 약간, 새우젓 200g, 다진 마늘 1c, 다진 생강 2T, 동태포 150g, 삶은 조기 100g, 생새우 200g, 홍시 1개(대봉은 반 개), 찹쌀 150g

 

1. 배추는 2등분하여 소금물에 적신 후 켜켜로 소금을 넣어서 알맞게 절여지면 3~4번 씻어서 소쿠리에 건진다.

2. 멸치, 다시마, 양파, 황태, 무는 적당히 넣고 끓여 국물을 우려낸다. (황태를 넣으면 깊은 맛을 내기에 좋은데, 5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글 때에는 황태의 머리 부분만 쓰고 김장철에는 보통 1마리를 통째 넣는다.)

3. 우려낸 국물에 불린 찹쌀을 넣고 죽을 쑨 다음 식혀 둔다.
    (김장을 할 때는 찹쌀가루로 만든 풀 대신, 찹쌀로 죽을 쑤는 것이 좋다. 찹쌀 풀로 쑤어도 버무리는 동안 으깨져 양념이 깔끔하다.)

4. 식힌 찹쌀 죽에 젓갈과 고춧가루를 넣고 불린 다음 새우젓, 다진 동태포, 다진 생새우, 삶은 조기 살(가시와 머리 제거)과 체에
밭친 홍시, 마늘, 생강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새우젓을 제외한 젓갈 종류는 전부 끓여서 넣어야 익었을 때 냄새가 안 나고
시원한 맛이 난다. 홍시는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 대신 넣는다.)

5. 무를 조금 굵게 채 썰어서 고춧가루에 버무려 두고, 쪽파와 갓은 4cm 길이로 썰고, 대파는 흰 부분만 어슷 썰어 준비한다.
    (무채를 미리 고춧가루에 버무려 두면 무에서 물이 나와 양념이 묽어지는 것을 막고 색을 곱게 하는 데 좋다.)

6. 4번의 양념과 5번의 무채를 섞어서 김치 양념을 만든 다음 절인 배춧잎 사이사이에 고르게 넣고 겉잎으로 잘 싼 다음 차곡차곡 담는다. 

 

 

강미숙 씨가 알려주는 배추김치 맛내기 비법


* 절임배추를 이용할 경우 소금은 필요 없어요. 마지막 간을 할 때 조금 싱겁다 싶으면 새우젓을 넣습니다.
* 배추 1포기당 고춧가루는 100g 정도(1컵)가 적당해요. 그러나 김장철에 20포기 이상 담글 때에는
    그보다 적은 80g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 삶은 조기 살은 감칠맛을 내주며, 다진 동태 살을 넣으면 숙성이 되면서 시원한 맛을 냅니다.
* 설탕 대신 쓰는 홍시는 아삭한 김치 맛을 유지시켜 줍니다.
* 보통 김장 김치에 굴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겉절이라면 몰라도 오래 익히는 김치일수록 굴은 넣지 않는 게 더 맛있습니다.
* 보통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많이 쓰지만, 황석어젓은 익으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데 좋고, 갈치속젓은 깊은 맛과 감칠맛을 줍니다.
* 조기는 비린 맛 때문에 생으로 넣지 않고 삶아서 넣는 것이 좋습니다.
* 김장 김치는 겉절이보다 조금 짭짤하게 간하는 게 좋습니다.
* 배추김치를 담글 때, 동치미 무를 같이 넣어주면 아삭하게 먹을 수 있어요.
   동치미 무를 넣을 때에는 소금을 솔솔 뿌려 살살 절인 후 양념을 버무려 같이 넣으면 좋습니다.

 

총각김치 (총각무 3단 기준)

 

1. 총각무는 끝 부분이 뭉툭하게 생긴 것으로 준비해서 잔털과 겉잎만 제거한다.

2. 깨끗이 씻은 후 통째로 무 부분만 소금에 굴리고(짜지 않게), 잎 부분은 소금을 조금만 뿌린다.
(소금에 굴린 무는 2시간이 지난 후 씻어낸다. 그래야 무에 간이 적당히 밴다.)

3. 배추김치를 담글 때와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 국물에 찹쌀가루를 넣고 찹쌀 풀을 쑤어 준비한다.

4. 식힌 찹쌀 풀에 고춧가루, 젓갈, 다진 마늘, 생강을 섞어서 양념을 만들어 총각무와 쪽파에 버무린 후 총각무와 쪽파를 몇 개씩 돌돌 말아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강미숙 씨가 알려주는 총각김치 맛내기 비법


* 총각무는 끝 부분이 뭉툭한 종류가 아삭한 맛이 납니다.
* 김장철에는 총각김치 양념을 따로 만들 필요 없이 배추김치에 무채를 묻히기 전 양념을 덜어 놓은 후,
   소금에 살짝 절인 총각무를 버무려 쪽파와 함께 돌돌 말아 넣기만 하면 됩니다. 
* 총각김치를 따로 담글 경우, 배추김치 양념보다는 조금 덜 짜게 하는 게 좋습니다.
* 총각무의 경우 크기가 크면 쪼개어 넣기도 하지만, 김장철에는 쪼개지 않고 통으로 담그는 것이 오래 두고 먹기에 좋습니다.

 

Tip


동치미 (동치미무 2단 기준)


재료 |  동치미 무 2단, 쪽파 200g, 갓 300g, 삭힌 고추 200g, 배 1개, 양파 2개, 마늘, 생강,   굵은소금 적당량

1.  동치미 무는 작고 매끈한 것으로 골라 잔털만 제거한 후 깨끗이 씻어 통째로 소금에 굴려 항아리에 차곡차곡 절여둔다.
2.  갓은 청갓으로 준비하고 쪽파와 함께 살짝 절여서 2~3개씩 돌돌 말아 묶어둔다.
3.  마늘, 생강은 납작하게 썰어 면주머니에 넣는다.
4.  무를 2일 정도 절인 후 건져내고 항아리에서 따라낸 물과 적당하게 간을 맞춘 소금물을 섞어서 끓인다.
5.  항아리 맨 밑에 마늘, 생강을 넣고 삭힌 고추와 무, 돌돌 만 갓과 쪽파, 껍질째 위아래 부분만 자른 배,
      겉껍질만 벗긴 양파를 통째 준비해서 켜켜로 담은 후 돌로 잘 누른 다음 소금물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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