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호 2015년 7월호 살림,살림

[ 갈등의 재발견-갈등의 삼각관계에서 조정자 역할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으려면?

글 박지호

모두가 필연적으로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갈등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조정자의 역할을 맡게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은 더 큰 분쟁과 폭력으로 비화될 수도 있고, 개인과 공동체를 살리는 긍정적인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도 있다.

 

 

 

갈등은 ‘해결’보다 ‘예방’이다. 갈등 예방이 최선의 해결법이고, 예방에는 교육이 최선이다. 평소에 평화교육 감수성을 높이고 갈등해결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일단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갈등 당사자들의 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제아무리 갈등해결 전문가라도 자신이 갈등의 당사자인 경우에 절대 조정자의 역할을 맡을 수 없는 이유다.

 

 

갈등의 삼각관계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 필요한 것이 조정자다. 외부 조정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공동체 안에서 갈등해결 능력과 조정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좋다. 평소에 최소한의 갈등 조정자의 역할을 습득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 있는 구성원이 많다면 굳이 법이나 공권력 등 외부의 힘을 빌리는 소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갈등 상황에서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적인 조정 과정은 지면의 한계로 생략하고 최소한의 원칙과 방법 정도만 살펴보자. 누구나 갈등의 삼각관계, 그 예기치 못한 늪에 빠져 허우적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A와 B의 갈등에 의도치 않게 말려들어 C라는 한 축을 이루며 애매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를 말한다. 갈등이 생기면 누구나 자신의 정당함과 상대방의 불의함을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주변에 누군가를 찾는 이유다.

A나 B가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C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조언을 구해올 때 이런 구조가 쉽게 형성된다. 갈등 단계에 접어 들면 갈등 당사자인 A와 B는 직접 대화를 회피하고, C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일종의 갈등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제삼자인 C가 양쪽 모두와 가까운 경우,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어설프게 조언하고 중재를 시도하다 관계가 악화되거나 양쪽에서 비난받기도 한다. 갈등으로 치닫던 양쪽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순간이 반갑지만은 않다. 가운데 끼어 있던 C는 일순간 양쪽의 이야기를 흘리며 갈등을 부추기던 존재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만약 갈등이 길어질 경우 당사자들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C뿐 아니라 D와 F까지 폭을 넓혀 가기 시작하면 공동체 내에서 갈등의 삼각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과연 갈등의 삼각관계에 휘말리지 않으며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도모할 수 없을까? 핵심은 ‘탈삼각화’다. 갈등의 삼각관계에 엮이지 않으면서 당사자들이 직접 갈등을 풀어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서 공감하기

첫 번째 단계는 ‘동의하지 않으면서 공감하는 것’이다. 먼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공감과 동의는 별개다.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적어도 상대방이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

먼저 A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A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되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의견을 덧붙이거나 조언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A 스스로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그 감정은 어떤 바람에서 비롯되었는지 찾아가도록, 자신을 객관화하도록 도와준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지난 6월 호에서 다룬 ‘요약질문하기’다.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감정을 요약하고 질문하면서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돕는다.

 

 

대면하도록 격려하기

두 번째 단계는 ‘대면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A의 이야기를 들은 후, 갈등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도록 격려한다. 삼각관계가 아닌 일대일 관계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중재자에게 털어 놓은 감정과 바람을 A가 B에게 직접 가서 그대로 이야기하도록 한다. 우선 A와 B가 직접 만나도록 격려하고 안전한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도록 도울 수있다. 혹시 갈등의 골이 깊거나 사안이 복잡한 경우 C가 조정자의 역할을 해주는 게 이상적이다. 물론 당사자들인 A와 B가 동의할 때 가능하다.

전문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상당히 치밀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한 과정이긴 하나, 축약해서 적용하자면, C는 먼저 A와 B를 각각 따로 만나 각자의 이슈와 필요를 충분히 듣고 확인한 뒤, A와 B가 각자의 내용과 감정을 편안하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지침을 미리 숙지하고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나를 주어로 놓고 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 상대방이 말할 때 끼어들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 욕구나 두려움을 중심으로 말한다. 욕구와 두려움은 존중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대화 내용을 모임 밖으로 옮기지 않는다.
-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비밀 지키며 탈삼각화 유지하기

세 번째 단계는 서로 대면하도록 격려하며 탈삼각화를 시도하되 A나 B에게 들은 이야기를 상대방이나 제삼자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과정을 반복하며 갈등 당사자들끼리 대면하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하되 삼각관계에 휘말리지 않도록 선을 지킨다.

가령 이런 식이다. 갈등 당사자는 자신이 정당함을 확인하기 위해 “저 사람 너무 무책임한 거 같지 않아?”, “내 입장이면 어떨 거 같아?”라고 물어볼 수 있다. 이럴 때 “그러게 너무 심했어. 나 같아도 기분 더러울 거 같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때 그렇게 느끼는지 좀 더 얘기해 줄래? 왜 화가 났는지 자세히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A나 B가 자신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C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조언을 구해올 때 이런 구조가 쉽게 형성 된다. 갈등 단계에 접어들면 갈등 당사자는 직접 대화하기를 회피하고, C를 통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일종의 갈등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몫과 자원은 당사자들에게

갈등 조정자는 대화를 돕는 사람일 뿐이며,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책임의 몫과 자원은 당사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하며, 문제 해결보다 만족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갈등 조정자는 화해나 용서를 목표로 두는 게 아니라 대화 자체를 목표로 두어야 한다. 대화는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이다. 화해는 대화를 통해 주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갈등 당사자도 이를 돕는 조정자도 마음의 부담이 적다.

이런 원칙을 적용한다고 모든 갈등을 화해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잘잘못이 분명하거나 범법행위인 경우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다만 갈등의 삼각관계 속에 있거나 그 언저리에 있을 때 이런 대처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크게 다르다. 갈등이 더 크게 비화되거나 엉뚱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갈등의 뿌리가 깊거나 오래된 경우 또는 갈등의 범위가 넓고 복잡한 경우에는 외부 조정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좋을 수 있다. 한국갈등전환센터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갈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갈등이 긍정적인 변화로 유도될 수 있는 구조적 개선, 소통과 공감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의 공동체마다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마디를 남기며 연재를 마치려 한다.

“삶이 갈등을 만들고, 갈등이 삶을 만듭니다. 많은 갈등 부탁 드립니다.”

 

 

 

↘ 박지호 님은 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싸움의 현장을 취재하다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갈등에 대해 공부하는 것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에서 갈등전환학을 공부하고, 한국갈등전환센터(하나누리 산하)의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갈등전환 : 갈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한국갈등전환센터는 개인과 단체와 지역사회가 ‘갈등’을 긍정적인 변화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연구·교육·실천하는 단체이다. 기업·단체·학교·교회 등에 갈등전환을 소개하고, 이론과 실습을 버무린 갈등전환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강의 신청 및 워크숍 문의 02-743-4113, JHP@hananuri.org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