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편집자의글

[ 독자에게 온 편지 ]

우리는 잘 통하는 사이 독자 송추향 씨

사진 김세진 편집부

 

안녕하세요! 《살림이야기》 창간호부터 독자였고 지금까지 꾸준히 챙겨 보고 있는 송추향이에요. 저는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어린이 잡지와 《개똥이네 집》이라는 어른 잡지를 만들고 있지요. 종이처럼 귀한 것에 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애쓴다는 면에서 《살림이야기》와 개똥이네가 잘 통하는 사이인 것 같네요.

 

제가 만드는 《개똥이네 놀이터》에 ‘지구를 지켜라!’라는 꼭지가 있는데요, 우리가 지구에 해를 덜 끼치며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어린이들과 나누는 꼭지예요. 이 꼭지를 꾸리는 데에 《살림이야기》가 늘 교과서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있답니다. 특히 《살림이야기》 19호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는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살림이야기》에 열광하는 까닭은 하는 일 때문도 있지만, 실은 제가 오랫동안 몸담아 온 ‘한사람연구소’가 나아갈 길하고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한사람연구소는 딱 저 한 사람이 운영하는 연소고,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고 물어보고 연구하는 곳이에요.

 

사람은, 갓 태어났을 때, 정말 아기잖아요. 소처럼 우뚝우뚝 서지도 못하고, 북슬북슬한 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이나 손톱 따위도 없죠. 다른 동물들에 견주어 이토록 초라하기 짝이 없는데도 살아남는 걸 보면, 실은 그렇게 태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사람 한 사람 이 가진 자립능력에 대해서 연구하고 기록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하는 곳이 바로 한사람연구소 일입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그냥 태초의 인간들이 그랬듯, 눈앞에 열매가 있으면 따 먹고 지나가는 짐승이 있으면 잡아도 먹고 뚝딱뚝딱 만들고 짓고, 힘들면 돕고 하면서 사는 힘 말이에요. 지금처럼 고되게 벽돌을 지고 날라도 그렇게 지은 집에 내가 살지 못하고, 뼈 빠지게 밭을 일구어도 예쁘고 맛난 열매는 내 입에 들어가지 못하는 그런, 무기력한 상태 말고, 원래 우리가 갖추고 있었던 자립 능력들, 자립이 가능한 환경들, 자립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친구들을 복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니 《살림이야기》가 얼마나 저한테 귀한 자료이자 자극이자 지침서가 되고 있을지, 《살림이야기》 독자라면 다들 눈치 채셨겠지요? 아직 도시에 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까칠한 ‘딸님’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초보 엄마에, 살 방도라고는 오로지, 돈으로 바꿔치기하는 법밖에 모르는 한 사람으로서, 아직 갈 길이 참 멉니다. 《살림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살아서 막막한 제 앞길에도 넉넉한 빛을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참, 혹시나 《살림이야기》가 다시 통통하고 묵직한 잡지로 돌아갈 계획은 없는 거죠? 판형이 바뀌면서 실은 좀 아쉬웠어요. 비록 계간이었지만, 예전의 판형으로 묵직하게 만나는 즐거움이 정말 컸더랬죠. 지금처럼 얇고 ‘가뿐진’ 잡지 꼴로는,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은 귀한 이야기들마저 가볍게 만드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답니다. 철마다 혹은 해마다 그동안 나온 이야기를 묶어서 소장본으로 만들어 주시면 일등으로 ‘찜꽁’하겠습니다!

 

 

송추향 독자님. 오전에 만나서 점심까지 폭풍 수다 떨 정도로 ‘통하는 사이라’ 즐거웠습니다. 많은 시간 빼앗아 죄송하다는 말에 “《살림이야기》를 위해서는 그쯤이야 얼마든….”이라고 흔쾌히 말씀하셨죠. 그날 마침 특별한 개인적인 역사의 1주년이라며 “1주년 기념 선물로 만난 것 같다”고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사람연구소’의 ‘재미진’ 소식과 만남들 종종 알려 주세요. - 편집부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