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 2014년 12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강원 강릉 ‘산들바람어린이집’ ]

강릉에서 하나뿐인 공동육아협동조합

글 \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공동육아어린이집이 협동조합이에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이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사회보육을 담당하는 비영리교육기관이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협동조합은 아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만료되어, 올해 12월 1일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 이에 따라 전국 70여 개 공동육아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상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거나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이 있다. 올해로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강릉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올여름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총회와 창립총회를 한 달 간격으로 치르고, 보건복지부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에서 민간어린이집과 같은 지원 받아


부모들이 스스로 공동육아 터전을 만들고 주도해 나가는 협동조합 방식의 보육기관이 처음 생긴 것은 1994년 신촌우리어린이집부터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4년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영유아보육법의 어린이집 유형 중에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법제화되어 공교육기관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이리 되면 국가로부터 민간어린이집과 동일한 지원을 받는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협동조합출자금을 제외하고 일상적인 교육비는 일반 어린이집과 다르지 않다. 강릉공동육아협동조합(이사장 최현주) ‘산들바람어린이집’은 조합비 3만 원을 포함해 45만 원이 교육비로 책정되어 있다. 이 금액은 나이에 따라 달리 책정되는 정부지원금(약 17만 7천 원)과 조합비, 부모들이 내는 후원비(약 14만~20만 원)로 구성된다. 공식적으로 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는 없지만,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후원금 명목으로 부모들이 일정 금액을 낸다.



산들바람어린이집 벽에는 아이들의 가족사진이 붙어 있다.
육아를 함께 잘 해보자고 힘을 모아 만들었기에, 부모들 또한 산들바람어린이집의 주인이고 가족이다.



교사도 조합원으로 참여


강원도에는 강릉을 비롯해 춘천과 원주 세 곳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있다. 세 곳 중에서 강릉이 규모가 가장 크고, 어린이집 터전도 소유하고 있어 재정적으로 튼튼한 편에 든다.
현재 4살반 6명, 5~7살 합반 18명으로 원아는 모두 24명이며, 교사는 원장을 포함해 세 명이다. 이사회에서 교사를 고용하거나 재정 관리, 청소, 교사 급여 지급, 시설 정비 등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것을 제외한 모든 일을 관장한다. 현재 교사대표 1명과 이사 5명, 이사장 1명 등 모두 7명이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사는 각각 운영·재정·홍보·교육·시설 소위원회를 맡고 있다.
어린이집 교육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교사회다. 원장이 교사회를 대표하며, 이사회에는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한다. 2008년부터 교사가 조합원으로 협동조합에 참여했다. 그 시기에 교사로 일을 시작했던 김은주 원장은 ‘조합원이냐 직원이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교사도 부모와 함께 한 표의 의결권을 가지고 주인으로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협동조합으로서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고, 부모와 달리 현물출자가 아닌 교육출자로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교육출자란 교사로서 학습교육지도와 생태학습과 같은 자신의 재능을 보수를 받지 않고 내놓는 것을 말한다.
교사의 복지와 급여는 교사 3명과 학부모 3명이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 후 결정한다. 만족도는 각자 다르지만 절충안을 찾는다. 대체로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의 중간 정도 수준에 맞춘다.



아이들의 자유놀이시간.
현재 산들바람어린이집에는 4살반 6명, 5~7살 합반 18명으로 총 24명의 아이들이 있다.
원장을 포함한 교사 세 명이 아이들을 돌본다.



협동조합 통해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공동육아협동조합을 하는 부모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어려움이 있다. “부모가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저 아이를 교육환경이 좋은 어린이집에 맡겨 놓았으니 고마워서 거드는 정도가 아니다. 육아를 함께 잘 해보자고 힘을 모아 만들었기에 서로 주인이 될 수밖에 없어 모든 운영에 두 발과 두 손을 푹 담가야만 한다. 겨울이 다가올 즈음이면 김장도 해야 하고, 고추장과 된장도 함께 담근다. 어린이집 마당 나무들의 겨울채비도 해야 하고, 시설에 하자가 생기면 수리하는 것도 부모 몫이다. 아이들을 재워 놓고 밤늦은 시간에 회의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다 보면 뭔가 결정해야 해 의견을 모을 일이 참으로 많다. 어른들만의 협동조합이라면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으로 이런저런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걸린 문제라 함부로 의견을 내기도 결정을 보기도 어렵다. 어떨 때는 자신의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을 결정해야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친 강릉공동육아협동조합은 앞으로 36명 정원에 맞춰 원아를 늘려가는 것외에 사회적협동조합에 걸맞게 다양한 사회적 육아사업을 구상한다. 이를테면 1~3살 영아반, 품앗이 어린이집, 방과후교실 운영 등이다.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공동육아협동조합 본래의 모습을 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협동조합 전환과 창립을 두고 수많은 논쟁을 벌였지만 조합원들이 나눈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생각과 공동육아에 대한 원칙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끝없는 논의와 논쟁이 오히려 부모들을 성숙하게 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처음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전환과 창립 이끈 최현주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뭔가?

2014년 12월 1일부터 공동육아협동조합에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어 대안이 필요했다. 공동육아는 협동의 운영방식으로 사회적 육아와 교육,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활동을 해왔고 이 점이 사회적협동조합의 지향성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 후원자들이 함께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운영방식을 볼 때 사회적협동조합의 다중이해관계자조합 틀을 갖추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나? 만일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영유아보육법상의 법적 지위에 변동이 있나?

현재 12개 공동육아협동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쳤고 1개 조합이 교육부에, 4개 조합이 보건복지부에 인가신청서류를 제출했다. 70여 개공동육아협동조합 중에 소수만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자가 터전이 없는 경우에는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가하는 보건복지부의 이해 부족이 걸림돌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 된다 하더라도 영유아보육법상에서 반드시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있는가?

협동조합 주 관리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제1차협동조합기본계획(2014~2016년)을 발표했다. 거기에 “현재 영유아보육법 어린이집 종류에 협동조합어린이집을 신설하여 법인격을 가진 공동육아어린이집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나아가 “부모협동어린이집과 같은 기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비록 보건복지부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기본계획이 나온 이상 더 거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강릉공동육아협동조합 산들바람어린이집
주소: 강원 강릉시 성곡고양길53 | 전화: 033-643-0669


↘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편집위원입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