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 2014년 12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아욱꽃 ]

새벽 서리에 얼었다가 한낮 햇살에 만개하다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농사 달력에서 일 년을 가르는 게 서리다. 봄에 날이 따뜻해져 서리가 더 이상 오지 않으면 농사 시작, 여름을 보내고 다시 쌀쌀해져 어느 날 서리가 오면 농사 끝이다. 된서리 한 방이면 하루아침에 들판이 바뀌어 어제까지도 푸르던 이파리가 홀딱 시든다.
어김없이 된서리가 내리고 무, 배추 뽑아 김장까지 마치고 난 11월 중순. 빈 밭인 줄 알고 갔다가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걸 만났으니 그것은 바로 아욱꽃.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꽃을 피우는구나.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더니 아욱은 가을에도 새잎을 낸다. 그 부드러운 새잎이 얼마나 맛있겠는가. 영양도 많아 시금치보다 단백질, 지방, 칼슘이 두 배 이상 들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욱국을 알까?
어긋나는 아욱잎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 둥근 손바닥 모양이다. 잎겨드랑이에서 짧은 꽃자루에 쌀알만 한 작은 꽃 한 송이가 맺히고 그 둘레에 있는 가지 끝에 다른 꽃이 점점이 맺히니(취산꽃차례) 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다 해도 꽃자루, 꽃받침, 꽃잎을 다 갖춘꽃으로 꽃받침 5장에 꽃잎이 5장이다. 꽃잎은 끝이 연보랏빛으로 물드는 흰색이다. 작은 꽃잎 한가운데 꽃술이 있는데 파마머리처럼 꼬부라져 뒤엉켜 있다. 작은 꽃이 지고 나면 꽃받침 속에 씨가 11알씩 맺히는데 이걸 달여 마시면 동규자차. 이때 ‘규’자는 아욱이 해바라기한다는 뜻이란다.
아욱을 한 번 심으면 그 자리에 씨가 떨어져 해마다 다시 날 만큼 야생성이 살아 있다. 일 년에 여러 차례 심는데 심는 시기에 따라 꽃은 6월부터 11월까지 볼 수 있다. 아열대에서 왔지만 천년 세월 우리 땅에 적응했는지 11월 새벽 서리에 얼었다가도 한낮 햇살에 꽃을 피운다. 꽃말은 억측.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 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 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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