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 2014년 12월호 [특집] 특집 - 한중 FTA

[ 정부에 올바른 대처를 요구한다 ]

중국 농업 폄하에 속지 말자

글 \ 사진 서정민

한중 FTA가 한국 농업에 위기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한국 농업이 고급화, 차별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중국 농업의 현실을 바르게 살펴보면 한중 FTA가 우리 밥상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95%의 식량자급률을 달성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소비자들이 깨어나 바로 알고, 바로 선택할 때이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지역화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하지 않을까?


GDP에서 농업 비중, 네 배 이상 차이


중국 농업에 대한 억측과 비하·과장이 우리 사회에 난무한다. “중국은 자기 국민 먹여 살리기도 힘들어 수출할 농산물이 없다”, “중국 농부들은 돈이 없어 화학비료나 농약을 뿌리고 싶어도 못 뿌리고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중국 농산물은 안전하지 못하다”, “중국농산물은 품질이 낮아 얼마든 우리나라 고품질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 등 그야말로 말들이 넘쳐난다. 과연 중국 농업의 현실이 그 말대로일까?
2013년 말 기준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7% 성장한 8조 9천 393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으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2013년 한국 GDP는 1조 1천975억 달러로 중국의 약 13% 수준이다. 1차 산업이 중국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이며, 전년 대비 4% 증가한 5만 6천957억 위안(약960조 9천785억 400만 원)을 달성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하였다.
중국 인구는 2013년 말 기준으로 13억 6천72만 명이며, 이 가운데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46.27%인 6억 2천961만 명이다. 그러나 중국도 최근 농업 노동력과 농촌 지역 청년 감소 문제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농업의 위상은 어떠한가? 실질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내외, 그나마 지속적으로 하락하는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농촌 지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농촌 마을이 ‘한계마을(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 사라질 마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식량 생산량 늘고 있는 중국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3년 중국식량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75만 ha가 증가한 1억 1천195만 ha였다. 식량 생산량은 전년 대비 1천236만 t이 증가한 6억 194만t이었으며, 이 가운데 벼 생산량은 전년대비 0.5% 감소한 2억 329만 t, 밀은 전년보다 0.6% 증가한 1억 2천172만 t, 옥수수는 2억 1천773만 t이 생산되어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최근에는 축산물 소비가 증가하면서 사료곡물의 생산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동시에 사료 곡물의 수입이 증가하여 식량자급률이 하락하는 추세이다. 중국의 2013년 한 해 축산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증가한 8천536만 t이며, 이 가운데 돼지고기 생산량이 5천493만 t으로 전체 축산물 생산량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소고기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673만 t, 우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5.7% 감소한 3천531만 t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국 우유 수출이 증가한 이유는 이와 같은 중국 내 우유 생산량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사과, 배, 마늘 생산량 세계 1위


내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에서 지낸 3년 동안 누리던 가장 큰 호사는 바로 마음껏 과일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08년에 10위안(1천500원가량)이면 사과, 복숭아, 파인애플, 망고, 체리등 제철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배추와 대파 등 엽채류와 조미 채소의 생산량이 감소했을 때 하루 사이에 가락시장에 중국산 신선 배추와 대파가 나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산 농산물의 품질이 낮고 형편없는 것일까? 여러분들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길 바란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2년 중국의 사과 생산량은 3천700만 t으로 전 세계 사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사과 생산량 2위인 미국의 생산량은 약 400만 t으로 중국 생산량의 1/10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은 2012년 기준 약 39만 t으로 중국 사과 생산량의 1% 수준이다.
2009년 중국 최대 사과 주산지 산둥성에 방문했을 때, 전남 장성에서 사과를 생산하는 한 농부가 “중국에서 은박지를 깔기 시작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겠다”고 했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미 산둥성 전체 사과 면적의 70% 이상이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부사 계통의 품종으로 전환되었는데, 봉지 씌우기와 사과의 착색을 돕기 위한 은박지 깔기는 아직 이뤄지지 않던 상태였다.
2012년 현재 중국의 배 생산량은 1천600만 t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간 40만 t 가량의 배를 생산하여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배 생산국가이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10%도 안되는 생산량에 불과하다.
2002년 중국산 마늘 파동으로 한 차례 진통을 경험한 우리에게 중국산 마늘은 이제 낯선 존재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깐 마늘은 이미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다. 2012년 중국의 마늘 생산량은 2천만 t으로 역시 세계 1위 생산 국가이다. 두 번째로 많은 마늘을 생산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로 110만 t을 생산하고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로 2012년 한 해동안 약 30만 t을 생산했다.


식량자급률 95%를 유지하려는 중국


이런 현실에서 정부에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식량 자급의 관점에서 한국 농업을 바라봐야 한다. 중국은 식량자급의 관점에서 식량자급률 95% 수준을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95% 내외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축산물 소비가 크게 늘면서 사료 곡물 수입 증가로 식량자급률이 87% 수준까지 떨어지게 됐다. 이에 중국에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식량자급률 제고를 선정했다. 일부 신자유주의자들은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식량을 수입할 경우 그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 캐나다 같은 자유무역 주창 국가들도 식량자급률이 100%가 넘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경쟁력을 높이자며 농업을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큰 의미가 없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에 가장 불리한 것은 가격 경쟁이다. 가격 경쟁력은 농업의 기계화와 자본화로는 해결할 수 없다. 2009년 중국 선진 농업 특구라 할 수 있는 산둥성 수광시의 친환경 단지에 방문했을 때 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밭 가장자리를 깊게 파 퇴비를 발효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 우리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인분으로 농사를 짓던 그 시절과 다름없는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와 같이 고투입·고비용 친환경농업 역시 중국과의 경쟁에서 결코 경쟁력을 갖췄다고 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또한, 시설 재배 역시 지속되는 유류비상승을 견뎌내며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1984년 시설 채소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산둥성 산위안주촌의 시설 하우스는 하우스 한 면이 흙벽 또는 시멘트벽으로 되어 있는데, 낮 동안 햇빛을 축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시설 재배는 대부분 무가온으로 이뤄진다. 비싼 기름(또는 기름값을 아끼려고 연탄이나 나무를 연료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값을 부담하며 재배하는 우리의 시설 재배 농산물과는 가격에서 경쟁이 될 수 없다.


중국 농산물 품질 매년 향상되고 있다


세 번째,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6차 산업화가 만능은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확률적으로 농산물이 100배 이상 많이 생산되는데 이중 고품질 농산물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생산될까, 적게 생산될까? 중국에는 마치 고품질 농산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언론이 본질을 호도하면 안 된다.
중국 농산물의 수출 기지라 할 수 있는 산둥성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물의 품질은 매년 향상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중국 농산물의 품질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산둥성의 과수와 채소, 다류 등 무공해 농산물 인증 면적은 전년 대비 10% 증가하여 121.5만ha에 달한다. 또한, 인증 농산물의 관리를 위해 생산지에 대한 환경 검측을 2013년 대비 8% 증가시켜 62.5만 ha에 대해 직접조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삼품일표(三品一标 : 무공해 농산물, 녹색 식품, 유기 농산물과 농산물산지 표시)를 실시하였으며, 이에 해당하는 상품이 5천740개, 신규 인증 품목이 1천651개에 달한다고 한다.
수출과 세계화만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우리 지역에서 잘 순환되고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지역화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려면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우리보다 더 낮은 일본이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농업농촌 응원단을 만들어 농업 농촌을 지지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농촌·농민은 단순히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능적 존재가 아니라, 국토의 보전과 환경·생태 유지 등 다원적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농업·농촌·농민이 지닌 가치와 명분을 이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 서정민 님은 지역재단 기획관리실장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북경에 거주하며 중국 농업과 농촌 변화를 연구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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