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호 2014년 12월호 [특집] 특집 - 한중 FTA

[ 한국 농축수산업 부문 중심으로 ]

실질적 타결? 실질적 피해!

글 이선미 편집부

한중 FTA의 급작스러운 타결 발표와 예상 밖의 협상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다. 한중 FTA가 정식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가서명 → 정식서명 → 비준 → 발효’ 절차가 남아 있다. 우선 지금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한중 FTA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농축수산업 부문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양허제외? 아이고 의미 없다


한중 FTA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대중 수입 농수축산물 중 60%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30%는 어떠한 추가적인 개방 의무로부터 보호되는 ‘양허제외’ 지위를 획득하는 등 최대한 보호”하였다고 되어 있다. 쌀을 비롯하여 고추·마늘·양파·사과·조기·쇠고기·돼지고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 대부분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여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이해영 교수는 “먼저 양허제외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기존 관세를 없애지 않고 유지한다는 뜻이다. 추가적인 개방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개방 자체를 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이번에 양허제외됐다는 쌀의 경우, 정부에서 내년부터 쌀 관세화 개방을 선언함에 따라 누구든지 관세만 내면 수입할 수 있다. 중국 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양허제외로 기존 관세를 낮추지 않고 유지함으로써 한국시장을 지킨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사실상 관세는 원가에 붙는 것으로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말한다. 이번에 양허제외된 조기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의 11.7%(2012년 기준 미화 1억 2천700만 달러)를 차지하며, 관세율이 10%이다. 중국산 조기의 시장가격이 1천 원이라면 원가는 시장가격의 30%인 300원을 넘지 않을 것이고, 이때 관세는 원가의 10%인 30원이다. 양허제외라는 것은 1천 원짜리 조기의 관세 30원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결국 중국산 조기의 시장가격을 1천30원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산 조기와 한국산 조기의 가격 차이는 적어도 두 배 이상으로, 한국산 조기가 2천 원이라고 할 때 중국산 조기의 관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가격 측면에서는 효과가 없다. 무·배추 등 밭작물이나 돼지고기·쇠고기 등도 마찬가지로, 한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이가 최소 두 배에서 일곱 배라고 할 때 시장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밖에 안 되는 관세를 유지하는 지금 같은 양허제외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기본관세만 50%인 중국산 고추와 마늘이 이미 한국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격 차이를 무시하고 양허제외로 우리 농축수산업을 지켰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식량작물, 수산업, 가공식품 부문 피해 클 것


제2의 주식인 밀의 경우 5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고, 밀로 만든 과자나 빵도 모두 철폐대상이다. 수입밀보다 우리밀이 2배 이상 더 비싼 상황에서 중국 밀이 관세도 없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또 특정 품목에 대해 정해진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매기고 초과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저율관세할당(TRQ)에 따라 콩·보리·팥 등이 낮은 관세로 많은 양 수입될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중국이 한국 곡물자급률이 낮은 것을 보고 여기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밀 주수입국이 기존의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지고 우리밀 시장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뜩이나 낮은 곡물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미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산물 수입액의 27.2%(10억 달러)를 수입해 왔고, 해마다 약 6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로 인해 중국자본이 국내 수산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축수산업 부문에서 이미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인데, 이번 FTA를 통해 이제는 ‘차이나 머니’가 우리 농축수산업 분야로 직접 들어올 수 있다”며 “중국이 수산물 양식 기술력은 우리보다 앞선 만큼,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한국 양식업에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중국 거대 수산기업이 전남 진도에 해삼 양식사업을 시작한 것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가공식품 수입 증가는 이번 한중 FTA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김치류·장류·절임류 등에 관세가 없어지거나 낮아짐으로써 먼저 한국산 가공식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국내 가공식품 원료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장경호 부소장은 “특정 품목에 피해가 생기고 수요가 줄면 해당 농사를 짓던 땅에 다른 농사를 지을 것”이라며, “그에 따라 다른 품목 생산이 과잉되고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국내 농업 재배면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연쇄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먹는 문제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나


결국 피해는 농축수산업 현장의 농어민들 몫이다. 쌀 개방과 곡물 수입으로 농민들이 논을 밭으로 바꾸면서 논-밭 간에, 가격 경쟁력이 약한 쪽부터 나가떨어지면서 대농-중소농 간에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넓게는 수출-내수, 제조업-농축수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FTA는 약한 쪽은 더 약하게 되고 버는 쪽은 더 버는 ‘비극적인 시스템’이자 사회적 약자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정의롭지 못한 시스템’으로, 계속 피해 입는 건 한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뒷전이고 약자인 농축수산업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먼저 정치 부문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2012년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이 제정됐지만 법전 안에만 존재할 뿐 실효성이 없다. “국회가 나서서 법에 근거해 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안 하는 게 문제”다.
정치권이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장경호 부소장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차원에서 보면 농업과 먹거리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생존이 걸린 농민들이야 계속 목소리를 내왔지만 소비자들은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동안 생협이 내부에서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소비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에 생협과 같은 틀과 제도를 확장하는 데 힘쓸 때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정부와 기업이 농업과 먹거리 문제를 이끌어 가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특히 생협조합원이 일해 주기를 기대한다.
근본적으로는 먹는 문제를 계속 수입에 의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먹는다는 것은 곧 생존이다. 생존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건 스스로를 “바람 앞의 등불” 처지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한중 FTA는 우리 각자의 등불을 세차게 흔드는 거대한 바람이다.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함께 모여 큰불이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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