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밀양 송전탑 반대는 끝나지 않았다 ]

“할머니들 밥은 드셔야 하지 않나요?”

글 배정희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 같은 송전탑은 하루하루 할머니들의 의욕을 꺾었다. “저거 다 올라가면 우짜노?”라는 물음에 “저거 그냥 철덩어립니더. 부숴서 갖고 내려오면 되지요.”라고 답하면 해맑게 웃으며 “그라믄 되겄네.” 하시던 할머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희망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진정한 희망.


지난 6월 11일 수요일 이른 새벽, 무법천지에나 있을 법한 행정대집행이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덮쳤다. 격주에 한 번 목요일마다 한살림경남에서 준비해 가던 밥차가 사정이 생겨 날짜를 바꿔 간 날이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농성장으로 가는 산길 입구부터 막아서는 경찰들에게 “할머니들 밥은 드셔야 하지 않나요?”라고 사정했지만, 실은 할머니들 얼굴이 보고 싶었다. 우리 손으로 수저를 쥐어드리고 손잡아 드리고 싶었다.
여덟 명 일행을 반 토막 내어 네 명만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결국 중간에 경찰들에게 밥을 빼앗기다시피 하고 아무도 할머니들을 볼 수 없었다. 할머니들은 처음엔 안 드셨다고 한다. 경찰이 주는 밥은 먹지 않겠노라고. 한참 후에 한살림에서 가지고 왔다는 말을 전해 들으시고 겨우겨우 밥 조금, 국 조금 드셨다고 한다. 아침부터 준비한 갖가지 반찬을 담아간 통이 가득 찬 채로 다시 돌아왔다.




밥차를 통해 알게 됐다. 밥을 나눈다는 건 곧 삶을, 마음을 나누는 것임을. 경남의 생산자들이 보내준 된장과 양파로 밥을 했다.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마음이 밥차에 타고 있다.


밥차에 희망 싣고 간다


지난해 10월 한국전력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살림의 밥차’가 출발했다.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는 조합원들에게 밥차는 송전탑 반대에 참여할 수 있는 고마운 활동이었다. “어르신들은 무엇을 좋아하실까?”, “지난번에 보니 시락국 좋아하시더라. 바지락 넣고 끓여보자.” 이야기를 나누며 밀양 어르신들이 한 끼라도 마음 편히 식사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밥과 국을 푸다 보면 들리는 고맙다는 말,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젊은 활동가의 “한살림 올 때 정말 맛있어요.”라는 한 마디에 오길 잘 했다고 느꼈다.
밀양은 우리 사회 불통의 역사이며 상징이다. 그동안 많은 국책사업들이 ‘국민의 이익’을 빙자해 ‘국민을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며, 이런 시대일수록 한살림 조합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삶터를 지키고자 온몸으로 저항하는 주민들이 싸워온 날들을 기억하고, 분노하며, 알려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파헤쳐지고 부서진 그곳에 너덜너덜해진 마음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고 찾아가야 한다.
밀양에서는 다시 농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살림의 밥차도 함께할 것이다. 밥은 누구나 먹는다. 전기는 모두가 쓰고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 배정희 님은 한살림경남 조합원이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면서 지역 활동가를 꿈꿉니다.






송전탑을 건설하는 공사장의 불빛. 저 불빛에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송전탑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은 매일매일 산에 올라 농성장을 지켰다. 6월 11일, 경찰이 부당한 법을 앞세워 쳐들어왔다. 무자비한 공권력은 결연히 몸에 묶은 쇠사슬을 절단기로 단박에 끊어버리고, 울부짖는 사람들을 들어내어 쫓아버렸다. 만신창이가 되어 경찰청 앞에 모인 사람들은 묻는다. 국민을 폭력으로 제압하니 좋으냐고. 사람 다 죽이는 핵송전탑이 정말 최선이냐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테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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