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특집] 특집-여름휴가

[ 꼭 한번 따라 하고 싶은 4인4색 휴가기 ③ 현지와 함께하는 공정여행 ]

'인증샷' 말고 진솔한 경험 얻는다

글 이재림


“차오!”는 이탈리아어로 ‘안녕’라는 뜻이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여행자 치고 이 짧고 경쾌한 인사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기간 동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을 스쳐간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 적이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정해진 돈과 시간 안에 더 많이 봐야 한다고, 그러니 더 빠르게 움직이고 투자 대비 효과를 많이 뽑아내야 한다고 마음을 재촉한다. 그래서 여행안내서에 나와있는 정보 중심으로 일정을 계획하고 대표여행지와 맛집을 방문한다. 그러다 보면 떤 훌륭한 여행지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배경이 되어버리게 마련이다. 그곳에 갔던 것은 기억하지만, 무얼 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공정여행이란, 기존의 정보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현지에 대한 ‘여행자의 경험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다. 여행 과정에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지역 가이드 압둘과함께 사하라 사막과 아틀라스 산맥을 품고 있는 모로코 여행을 진행한다. 압둘은 모로코 쉐프샤우엔에서 25년째 활동하고 있는 전문 현지인 가이드로서, 현지 문화 보존과 계승을 위한 비영리단체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공정여행에 동의하고 지속적으로 여행을 인솔하고 있다. 이렇게 현지인이 직접 인솔하는 모로코 여행은 여행자가 현지의 문화를 더 깊이 만나고 이해할 수 있어 특별하다. 현지인 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을 때도 있고, 마을을 방문해서 주민이 연주하는 안달루시아 음악을 들어보거나 그들이 직접 만든 박물관을 관람한다. 또한 현지인들이 살았던 성채(카스바)를 돌아보면서 집의 구조를 둘러보고,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종교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느낄 수 있다.




여행지에서의 순간을 즐기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자 결과이다. 사하라 사막을 지나는 낙타들의 행렬에서 ‘단절이 아닌 생활로 돌아오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을 생각하게 한다.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로마 체류 중 ‘슬로시티’로 알려진 오르비에토에 기차를 타고 다녀오는 일정이 있다. 느리게 사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여전히 패스트푸드점 대신 지역식당이 활성화되어 있고, 친환경교통수단인 전기케이블카가 마을과 기차역을 연결하고 있다. 유명세를 타게 되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우리 일상의 모습과는 대비된다. 여행자는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해 마을을 둘러보고, 식당에서 지역에서 난 제철음식을 먹는다. 공정여행을 통해 여행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 생계에 도움이 되고,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행동이 지역환경을 지키는 적극적인 실천이 됨을 경험한다.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지역주민이 판매하는 기념품. 공정여행에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요즘 여행정보는 자극적이고, 삶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되는 데 대한 이미지가 주류를 이룬다. 여행을 다녀오면 삶이 마치 360도 변할 것처럼,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될 것처럼 상상하며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행은 생활과의 단절이 아닌 생활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행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성과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자 결과이다. 하나씩 늘어가는 진솔한 삶의 경험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얻게 되는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




↘ 이재림 님은 사회적기업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의 여행 기획자입니다. 일상과 여행의 소소한 장면을 담아내는 그림 그리기를 즐기며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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