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 ]

마치 앙증맞은 해바라기, 쑥갓꽃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톨스토이의 말년을 그린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보았다. 당시 러시아에 톨스토이즘운동이 활발했고, 그 정신을 따르는 공동체농장도 있었나 보다. 러시아 젊은이들이 모여 농사도 짓고 땔감도 하고…. 어느 날, 그 농장을 찾은 톨스토이에게 농장 아이들이 꽃을 한 송이씩 주는데 그 꽃이 바로 해바라기였다.

6월 초 우리 집 텃밭에 해바라기를 줄여 놓은 듯한 앙증맞은 꽃이 피었다. 바로 쑥갓꽃. 쑥갓꽃은 국화과로, 유럽에서는 채소가 아니라 화초다. 쑥갓이 뭐든 다 먹는 중국으로 들어와, 사람이 먹는 채소가 되었다. 우리 역시 쑥갓 하면 먹을거리라고 생각한다. 매운탕에 넣고, 상추쌈으로, 나물로 무쳐 먹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채소.

향긋한 게 꽃까지 예쁘다. 꽃 보려고 채소나 곡식을 가꾸라는 소리가 잘 안 나오는데, 화초 같은 쑥갓꽃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 꽃에는 비밀이 있다. 열쇠는 해바라기 꽃. 해바라기꽃을 보면 가장자리에 노란 꽃잎이 있고, 가운데 촘촘히 씨가 맺힌다. 한데 노란 꽃잎은 가짜 꽃인 허꽃. 가운데 촘촘히 씨가 맺히는 곳 하나하나가 암술과 수술이 다 있는 진짜 꽃으로, 대롱 꽃이다.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 예쁘게 치장한 게 노란 꽃잎이다. 쑥갓꽃 역시 크기만 줄여놓았을 뿐 원리는 같다. 마치 작은 물고기가 함께 모여 커다란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니듯, 이렇게 힘이 약한 꽃들이 한데 모여 아름답게 살아간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도 그러하면 좋겠다.


꽃말은 상큼한 사랑, 지중해 원산지인 한두해살이풀


자그마한 화단을 가꿀 겸 봄이나 가을에 쑥갓씨를 뿌려 보자. 싹도 잘 나고, 별다른 병해충 없이 잘 자란다. 어릴 때는 위에 부드러운 부분만 꺾어서 나물로 먹다가 놔두면 저 알아서 꽃을 피우니 얼마나 좋은가? 덤으로 쑥갓 꽃이 밤에 어떻게 자는지도 볼 수 있다.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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